나는 민가협 엄마라 해요

그래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임기란 (운영위원) 
추석명절의 긴 휴가도 끝나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허리 병이 미처 낫기도 전에 겨우 집안의 연례행사를 마쳤다. 항상 나를 거들어주는 남편도 점점 잊혀버리는 횟수가 잦아져 나 역시 스트레스도 받았다. 우리 노부부의 앞날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못한 채 갇혀 있는 노동자·민주인사들을 생각하면 괜한 투정이나 부리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런 내게 서경순, 조순덕 어머니들이 “어머니, 사랑합니다” 말하며 손잡아 준다. 내가 정신차려야지.

지난 주 680회 목요집회에 나온 이시우 사진작가는 6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단식하다 나온 몸이라 그런지 20kg나 체중이 줄었고 얼굴은 아주 까칠하였다. 겨우 마흔이라는데 깎지 않은 수염, 대머리까지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버마인 조모아씨의 앳된 얼굴과 서툰 한국말이 우리 어머니들의 심금을 울린다. 목요집회 직전 서명된 남북정상들의 한반도 통합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도 오랜만에 내 가슴에 아련한 희망을 품게 한다. 남편은 21세의 어린나이로 공부한다고 서울에 와서 고향으로 못간지 62년이 되었다. 해방 후 분단으로 인한 1,000만이였던 이산가족은 거의 다 돌아가시고 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언제 그리운 고향과 가족을 만날지 아득하기만 했는데 금강산에 상봉면회소를 만들어 이산가족 만남의 행사를 한다하니 생전에 못 이룬 이 통일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같다. 남과 북이 서로 적대시하고 비방하며 원수 시 하여 60년을 지내 왔었지 않는가! 북의 미사일 발사 실험 시, 전쟁 불사한다 하며 험악한 얼굴을 하던 한나라당의 송영선 의원, 지금은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서경석 목사의 북으로 쳐들어가야 된다고 거품을 품으면서 흥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고위당국자들이 남북 대결이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남녘의 평양방문단일행이 떠나기 하루 전에 수행하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을 만나 꼭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논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임기동안이라도 범여권의 국회의원들이 3년간이나 계류 되어온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처리하고 북녘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법을 상호정신으로 고쳐 주기를 간절히 부탁하였다. 요사이 매일 집회하는 납북자 가족들의 한도 풀어주는 전향적인 노력을 바랐다. 국가보안법 철폐에 관한 기자회견과 집회를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했다. 그리고 이번에 수행한 인사들 속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알았다. 7년 만에 이루는 이번 만남은 지난번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의논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텔레비전에 비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여러 가지로 나를 사색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2박 3일간의 모습들은 온 겨레가 일거수일투족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우리 여망을 전달하는 노력들이 보이는 듯 하여 희망적이다. 여러 가지 정책을 현실화하여 임기동안이라도 큰 성과를 내어 이루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남과 북은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고 큰 전쟁을 치르는 비극 속에 현재에도 세계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북을 적대시 하는 한나라당과 수구패들이여, 이제 그만 남과 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힘써주기 바란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정치인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북한 방문을 거절한 옹졸함도 유감스럽다. 과거 독재정권은 오래 동안 집권하며 선하고 의로운 양심세력을 오랫동안 괴롭히고 핍박하였다. 1980년 5월 18일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은 민주화 운동하는 광주시민을 총칼을 투입하여 무참히 죽이고 실제 그 수는 몇 천이라 하였건만, 정부는 그때 300명이라고 하며 빨갱이들의 사주를 받은 공산분자들의 시위라고 국민을 속였다. 겁에 질린 국민들은 처음에는 잠잠했으나 얼마 안가서 목숨을 건 젊은 학생들이 저항하였고, 세계에 알리고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섰다. 이때 민가협 어머니들은 감옥에 가고 죽은 자식들을 대신하여 최류탄 속에 많은 군중들과 함께 독재자들을 규탄하고 양심수 석방을 외쳤다. 양심수를 만드는 악법 국가보안법 철폐를 지금까지 우리는 외치고 있다. 올해 610항쟁기념 20주년을 맞아 6월 10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22년 민주화 물결 속에서 나이를 많이 먹었다. 그러나 내 할 일은 바로 이것이라고 여겨 내 자신을 닦달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어느 나라든지 독재자의 탄압수법은 비슷하여 최근 버마에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위대를 향한 폭력적인 진압이 난무하고 2,000여명을 연행했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가 가짜 스님들이라는 거짓 선전을 하며 진압을 철저히 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군부독재 세력의 위력이 기고만장하겠지만 부당한 권력은 언젠가는 내리막이 있고 응당한 천벌을 받게 됨을 세월이 지나면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단합된 민중이 노도같이 일어나면 강한 권력도 항복하게 되어 있더라. 유엔인권위가 경고 안을 내고 유엔도 특사를 보냈으나 현재 상황을 바꾸기는 역부족인가 보다. 우리도 미얀마 민주세력 탄압을 중단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 국내 버마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하고 연대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피 흘리는 희생자가 더 생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 다 같이 행복해야 될 것 아닌가.

세가지 고마운 일이 있습니다. 양심수 김성환(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영등포교도소)님, 편지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힘도 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안동교도소 시설개선을 위해 단식으로 투쟁하신 양심수 심진보, 정창윤 양심수 분들께 인사합니다. 목숨을 걸고 장기간 단식하신 두 분의 귀한 정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광열씨와 민가협 어머니들은 법무부 보안과 과장을 만나 교도소 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교도소 환경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를 요청하였습니다. 두 분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들이 교도소 투쟁소식을 빨리 알았다면 단식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 곶감을 보낸 양심수 송인욱(양심에따른병역거부, 영등포교도소)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것은 여러 어머니들이 나누었고 차례상에 올렸습니다.

요즘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이 가을이 분명한 가 봅니다. 10월 8일부터 3일간 민가협 장터를 서울대 축제에서 마쳤습니다. 힘이 들지만 87년 연탄불 3개로 시작한 이 장터는 내가 꼭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성의를 다해서 맛있게 만들고 열심히 팔았습니다. 장터 수익금은 민가협의 운영기금으로 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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